한국형 누아르 중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는 영화 <신세계>
홍콩 영화 무간도와 비슷한 모티프를 지녔다는 점에서
개봉 전에는 의구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막상 개봉하고 나서 무간도에 비해 훨씬 더 촘촘한 스토리와
긴박한 전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개봉한지도 오래 되었고 내용도 유명하기에 줄거리 리뷰보다는
영화 해석과 촬영 뒷이야기에 중점을 두어 보겠습니다.
1. 이자성의 옷 색깔은 이자성의 마음가짐 변화를 나타낸다.
영화 초반, 이자성은 밝은 회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극이 진행될 수록 이 정장 색은 암회색으로, 검정색으로 점점 어둡게 변화합니다.
이는 어둠의 세계(조직)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이자성의 심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상태에서 이자성은 결국 검은 색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2. 정청과 만난 차안에서 건넨 시계가 롤렉스 짝퉁이었다?
이 짝퉁은 이자성의 삶이 짝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찰도, 조폭도 아닌 중간에 걸친 삶을 대변하는 의미입니다.
처음엔 이 선물을 경멸하다가 나중에는 이 시계를 손목에 차는데요,
이는 이자성이 가짜 인생, 즉 경찰이 아닌 조직폭력배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부분입니다.
3. 박훈정 감독은 애초에 황정민을 염두에 두고 정청 캐릭터를 만들었다.
박훈정 감독은 황정민이 아니면 정청 캐릭터를 소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황정민은 신세계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바로 승인했다고 하죠.
지나치게 극이 무겁게 흘러갈 수 있었지만
황정민 특유의 개그와 애드리브로 극의 재미를 살려냈고 수많은 명대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4. 신우(송지효)와 이자성(이정재)는 바둑돌로 서로의 상황을 교류했다.
이자성은 흰 옷을 입고 흑돌을 두고
신우는 검은 옷을 입고 백돌을 둡니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세계관에서
이자성은 어둠(흑돌)의 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본질은 밝습니다(흰옷)
반면 신우는 밝음(백돌)의 일을 하지만 본질은 비열하고 어둡습니다(검은옷)
이렇게 박훈정 감독은 색감을 이용해 영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5. 강과장(최민식)이 썩은 낚시터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것은 결국 건질 것이 없다라는 의미이다.
강과장은 시종 폐업한 낚시터에서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결국 강과장이 낚을 수 있는 것은 없고, 하는 일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영화에서 결국 강과장은 그 썩은 낚시터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생을 마감하죠.
"이러면 나가린데"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합니다.
6. 마지막 여수 회상 신에서 라이터가 고장난 것은 애드립이었다.
6년전 여수에서의 일을 회상하는 신에서 이자성은 정청과 함께 단 둘이 상대 조폭을 모두 해산시켜 버립니다.
그러면서 담배 불을 붙이는데 라이터가 고장나 정청은 라이터를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이를 보는 이자성은 피식하고 웃어버리죠.
영화 결미에 아주 그윽한 장면이라 어떤 영화적 장치로 수식했을 것 같은 마무리이지만
사실은 애드리브였다고 합니다.
라이터 불이 붙어야하는데 라이터가 고장났던 것이고 황정민이 당황하지 않고
라이터를 던져버렸던 것이죠.이를 보며 이정재가 피식했던 건데 이장면의 느낌이 너무좋아
박훈정 감독은 이 장면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영화평론가들은 여기서 이자성이 피식하고 웃는 장면을 두고
영화에서 이자성이 유일하게 웃은 장면이라고 하며 이자성이 자신의 본질(폭력, 살인)을 되찾아
웃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답니다.
7. 박성웅은 오디션을 갈 때 극 중에서 입은 정장 그대로 입고 갔다.
카메라 테스트에서 박성웅은 한 번에 감독의 오케이를 받아냈다고 합니다.
무명에 가까웠던 박성웅은 이 영화를 계기로 스타덤에 올랐죠.
그래서 지금도 박성웅은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라면 카메오 등으로 출연하며 은혜를 갚고 있다고 합니다.
박훈정 감독이 생각했던 박성웅 역할은 사실 마동석이었다고 해요.
마동석 역시 조폭 이미지에 잘 어울리지만 박성웅 만큼 표독한 연기는 못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8. 신세계 프리퀄은 드라마화 되고 있다.
원래 신세계는 3부작이라고 합니다. 본편이 2부이고, 2부가 흥행함에 따라 프리퀄과 3부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우선 다들 톱스타인지라 다시 한 자리에 모으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미 늙어버려서 젊은 배역을 맡길수도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프리퀄과 3부 제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를 드라마로 제작하려고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폭력성이 있는 만큼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혹은 넷플릭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본편을 너무 재밌게 본 입장에서 3부작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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