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성에 대한 장훈 감독의 진중한 고찰
빛과 어둠, 뒷골목과 스크린의 데칼코마니
거친 두 수컷의 완전연소, 남은 것은 ‘자아'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두 거친 수컷의 데칼코마니

 

 

<영화는 영화다>는 부채꼴의 영화다. 인간관계에서 배신을 당하고 활동 영역이 점점 좁아져 결국 부채꼴의 중심점으로 내몰린 두 남자가 있다. 활동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결국 발 내디딘 점 하나 외 발길을 돌릴 수가 없다. 수세에 내몰린 남자가 드넓었던 예전의 영역, 부채꼴 호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짓밟아야만 한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깡패, 깡패보다 더한 배우는 빛과 어둠, 뒷골목과 스크린이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지만, 영화라는 점접을 두고 서로의 꼴을 맞추어간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두 수컷이 내뿜어내는 서늘한 광기는 서로를 마주친 그 날부터 데칼코마니를 찍어가기 시작한다.

‘영화’라는 낙원을 가기 위한 여정에서 그들이 마주친 것은 아무 곳에도, 그 누구에게도 의탁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부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도 결코 숙소를 알려주지 않았던 강패, 동고동락하는 매니저로부터 결국 뒤통수를 맞는 수타는 그렇게 사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영화라는 돌출구를 향해 나아간다.

 

 

초저예산 영화지만 소지섭의 메소드 연기로 영화 완성도가 높다

 

 

그들에게 영화란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창구이자 자아를 발견하는 도구였다. 충직한 부하직원을 모두 잃고 두목으로부터 버림받아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진 강패가 찾아간 곳은 영화제작사였다. 영화보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강패가 자기 삶의 마지막 정념을 불태운 곳은 바로 카메라 앞이었다. 연이은 제작중단과 루머에 휩싸이면서도 영화 제작을 끝까지 이어간 수타 또한 그가 부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영화밖에 없었다. 자신의 가진 것을 모두 잃은 그는 명성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삶의 퍼즐을 맞춘다.

모든 것을 잃은 두 수컷이 진짜 싸움을 내기한다. 하얀 이밖에 도드라지지 않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진흙탕에서 두 수컷은 서로 뒤엉켜 마지막 남은 체내에 남은 에너지를 모조리 연소해버린다. 승패를 가리기 위해 진짜 싸움을 걸었지만 결국 둘에게 남은 건 승패가 아닌 ‘자아’였다.

  처절한 승부 후 강패는 곧바로 ‘영화를 찍으러’ 간다. 자신의 뒤통수를 친 박사장에게 피의 복수를 하며 ‘자기 삶’이라는 영화를 완성한 강패. 피로 범벅된 얼굴로 수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던 강패의 눈빛은 사회(카메라)의 프레임에서 안정과 번영을 추구하는 동안 어느덧 야생성을 잃은 현대인(수타)의 본능과 공명한다.

 


 

대중문화 비평을 공부하며 평론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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