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집에서 볼만한 영화-한국식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아주 잘만들어진 한국식 웰메이드 스릴러입니다.
한국식이라는 표현이 붙는 이유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정서와 감정의 폭발이 
한국 유교질서 특유의 남존여비 사상과 恨(한)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2010년 개봉 당시 관객을 16만명 동원하며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남기기도 했으나
평론가들과 실제 관람한 관람객들은 
집중력있는 서사와 빠른 전개에 
찬사를 아끼지 않은 영화이지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스릴러라
다소 짜릿하고 전율이 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날이 무더워지는 여름날,
집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도에 적응한 복남. 무도는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복남 역시 정상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없다.




더운 여름 날 집에서 볼만한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 장르: 스릴러
- 러닝타임: 115분
- 개봉일: 2010.9.2.
- 감독: 장철수
- 주연: 서영희, 황금희, 황화순
- 등급: 청불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군중들의 광기와 강박은
진실을 호도하고 한 인권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러 사람의 입김은 쇠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수적으로 우세하다면 상황도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비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감독 장철수는 무도라는 문명으로부터 고립된 섬을 가정하여 
다수로부터 한 생명이 짓밟히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다수의 할머니(여성)과 소수의 젊은 남성, 그리고 김복남으로 구성된
무도에서 김복남은 짐승보다 낮은 지위에 있습니다.
여성(할머니)들은 전형적인 남존여비 사상을 갖고 있으며
같은 여성(복남)을 힐난하고 짓밟는 것을 당연히 생각합니다. 
복남은 자신의 생존과 딸 아이의 안위를 위해
그 환경에 완벽하게 녹아든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생활을 이어가던 중, 서울에서 휴가 차 무도에 들른 
어린 시절 친구 '해원'은 
복남이 현실돌파 의지를 깨닫게 하는 트리거로써의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 해원은 복남의 이상향이자 대척점이었습니다.
문명으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채 살아온 복남에게
서울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입니다. 
딸 연희의 책은 모두 버려도 서울 얘기가 나오는 사회 책만은 버리지 못하게 합니다.
여기서 복남이 꿈꾸는 서울은 구체적인 도시로써의 서울이 아니라
뭍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발달한 국제도시가 아니라 복남은 무도의 도피처로서의 장소를 '서울'로 생각한 것이죠.
도시에서 살다온 해원은 무도를 벗어나길 갈망하는 복남에게
현재 삶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집에서 볼만한 영화, 한국형 웰메이드 스릴러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적극적인 여성상"이다.

복남과 연희에게 서울은 이상향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서울 이야기가 나오는 사회책을 아꼈다.



한편으로 해원은 복남과 갈등관계를 이루며 대척점을 찍고 있기도 합니다. 
해원은 복남에게 허위 공약을 합니다. 
어린 시절 섬에서 뭍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가볍게 약속을 하지만
복남은 이를 철석같이 믿고 1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죠.
그리고 위기에 처한 복남을 보고 언제나 모른 체 해버립니다.
어린 시절, 동네불한당이 해원을 추행하려하자 
복남은 피리를 휘두르며 해원을 구해내는데요, 그 과정에서
피리는 부러지고, 복남은 상처를 입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남이 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해원은 진실을 고할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임에도 복남을 외면해버리죠.
복남 앞에 떳떳하지 못한 해원이기에
복남이 분노를 폭발했을 때 도망가기에 급급합니다.
친구라면, 당당하다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복남의 폭주를 막아줘야 할 텐데요. 

영화에서 주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물품은 바로 리코더 입니다. 
이 리코더는 이상향 자체를 의미하는 동시에 
이상향을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으려는 복남의 의지를 의미합니다. 
리코더는 어린 시절 해원이 복남에게 선물해준 것입니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아 피리를 부를 줄 몰랐던 복남은 
해원으로부터 교습을 받으며 피리 부는 법을 익혀가죠.
그리고 동네 불한당이 닥쳤을 때도 이 리코더를 이용해 물리칩니다.
리코더는 그 자체로 이상향인 동시에 이상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이상향을 결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복남의 의지가 투영된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남은 이 리코더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죠.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복남은 이 리코더를 연주하는 흉내를 냅니다.
복남은 끝까지 이상향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복남이 간절하게 원했던 것은 리코더였다.


복남이 꿈꾸었던 이상향의 삶.
해원은 사실 이상적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허울만 좋은 도심생활일 뿐
비정규직에 고객으로부터, 상사, 동료로부터 
정신적 압박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죠
무도의 할머니들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압박을 견디며 살아내던
복남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즉, 복남과 해원의 삶은 정반대인듯 똑같은 데칼코마니였던 것이죠.
복남의 무도가 해원의 서울과 동일한 의미를 지닙니다.

복남으로부터 자극받은 해원은 현실로 돌아가 
적극적으로 그 압박과 싸우기로 합니다.
자신의 목격에 대하여 경찰서에 진술하고 
건달의 육체적 공격에 볼펜을 들어 찌르려하며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주제는 "현실 타개 의식을 가진 적극적인 여성상"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복남은 숨겨진 폭력성을 깨닫고 이내 폭주한다. 유교 가치 아래 희생하고 참고만 지냈던 여성상을 과감히 떨쳐버렸다.


이상으로, 만복이가 지극히 주관적으로 분석해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을 정도로 완성도 높다고 생각해요.
더운 여름날, 집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한국판 스릴러인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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